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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지난 제74주년 제헌절 총회를 통해 제헌국회의원 유족회 회장직을 맡게 된 윤인구입니다. 저는 윤치영 제헌의원 (서울 중구)의 손자로 KBS에서 26년 째 아나운서로 재직 중입니다. 처음 회장직을 제안 받았을 때 저보다 더 출중한 능력과 여력이 있는 분께서 이 중책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하려 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세우신 선대 어르신들을 기리는 일에 저 자신이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할 수만은 없었던 이유는 누군가는 이 유업을 맡아 이어나가야만 하지 않겠는가라는 일말의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년 간 유족회 청년회를 함께 해온 회원 여러분이 보여준 열정도 큰 용기가 됐습니다. 지금껏 여러 직책을 맡아왔습니다만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운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지난 2018년 8월, 전임 최대우 회장님께서 이대로는 더 이상 유족회가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저를 위시한 몇몇 젊은 후손들로 청년회를 조직케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제헌의원들께서 모두 돌아가시고 그 자녀들로 유지를 받들던 유족회는 이제 증손, 고손까지 내려 왔습니다. 생전에 직접 뵐 기회가 없었던 후손들은 자연히 유대감이 약해지고 선대 어르신들에 대한 자긍심이나 그 분들을 기리는 사명감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청년회를 통해 만난 후손들은 의기투합이 잘 됐습니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생업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열심히 모였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게 내심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청년회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은 나이가 됐지만 유족회를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 늦지 않은 연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갖고 성원해 주신 최대우 전 회장님과 윤건 전 사무총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바라옵건대 제헌국회의원 유족회는 지속되어야 하고 더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와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희 5대 집행부에서는 ‘제헌국회의원 유족회 회원의 날’을 제정하여 강의와 콘서트 그리고 회원들 간의 친목과 유대를 도모할 수 있는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입니다. 또 내년 75주년을 맞는 제헌절에 즈음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하고자 합니다. 제가 소속된 를 KBS를 포함해 제헌국회와 제헌국회의원들의 의의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채널과 매체를 선정, 유족회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숙원이었던 제헌절 공휴일 지정, 제헌회관 활용 문제, 납북 제헌의원 예우, 어려운 후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등은 물론 임시의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그 의미가 축소된 대한민국 제헌국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으려 합니다. 전통적인 방법들의 한계를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뛰어넘겠습니다. 동시에 국회의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유족회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과도 제헌회관을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협의하겠습니다. 제헌국회의원 후손들의 국회 입성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여러모로 살피겠습니다.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의 어록 중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제 화합과 통합의 지혜 없이는 작금의 좌우, 세대, 젠더, 빈부, 노사 간의 갈등을 풀어낼 수 없다는 새로운 시대적 의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74년 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0분의 제헌국회의원들이 진영을 초월해 하나가 되어 국호를 만들고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을 탄생 시켰듯이, 이제 우리 제헌국회의원 후손들이 그 선대의 가통을 이어 받아 갈등의 시대상, 이해관계로만 모든 가치를 판단하는 현 세태로부터 탈피해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자본으로서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지난 제헌절 총회를 통해 정관에 있는 회원 자격을 직계존비속에서 방계혈족까지 아우르도록 개정했습니다. 외가까지 포함해 의지가 있고 관심이 있는 후손들의 많은 참여와 연락을 기다립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비겁하다 배웠습니다. 마음속에만 속상함과 안타까움을 담지 말고 함께 합시다. 제헌국회의원님들의 잃어버린 위상은 우리 후손들만이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제헌국회의원 유족회가 젊고 새롭게 재도약을 합니다. 아직 참여하지 못한 후손들의 동참을 고대하며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7월 22일
제헌국회의원 유족회 회장 윤 인 구